[같이사는이야기]8. 길냥이를 위해서라면

  • 한민경 컬럼니스트

입력 : 2016.09.13 17:11

2016년 6월 22일

오후에
해마루케어센터에 가서
비아언니와 먼저 하늘나라로 간
초롱이 이야기를 들으며 방송녹음을 했다.
끝나고 밤늦게 돌아와
다섯냥이 시중이 끝난 시간

밤11시

출처:petzine
냥이들의 골목
냥이들의 골목

동네 버려진 두남매냥이의 중성화를 위해
클라라와 함께 애들을 찾으러 나간 시간
밤12시

 

밤이면 클라라의 사료를 기다리는
천진난만 꼬마냥이.
닭가슴살 간식에 깡총거리며 신나하는데,
오늘따라 여동생냥이가 오질 않아서
그 자리에 앉아 바퀴벌레 잡는
꼬마냥이를 뜯어말린 시간
새벽1시

 

몇일 전 남매냥이 사료주는 곳에 앉아서
냥이들과 놀던 총각도 다시 만났고
우리와 함께 동네 길냥이 사진을
서로 보여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심지어
페북친구도 맺었다.

냥이들의 골목
한밤중의 길냥이애호가들의 수다
한밤중의 길냥이애호가들의 수다

이 총각은 하루 일과를 끝내고
퇴근 해서 올 때면
고양이들을 만나 노니는게
피로회복제라고 말하는데
충청도 억양이 살짝 섞여 있다.

세사람이 더운 여름밤에
모히토바를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떤 시간
새벽1:30

한밤중의 길냥이애호가들의 수다
요즘 나홀로 대유행인 모히토바
요즘 나홀로 대유행인 모히토바

아무리 기다려도 여동생냥은 오지않고
총각도 집으로 가고
일단 오빠냥이부터
'중요한학교'에 임시로
데려다 놓고 나온 시간
새벽2시

요즘 나홀로 대유행인 모히토바
여동생냥이는 나타나지 않고
여동생냥이는 나타나지 않고

사무실 건물 1층엔
오사카 출신 한국교포가 운영하는
네코(일본어로 고양이)'라는
수제맥주집이 생겼는데
주인장은 고양이도 키우고
매일 놀러와서 행아읏하는
외국인 친구들은
유기견을 임보하거나
개를 키우는 친구들이 많아서
늘 같이 술마시러 오니 나름 개판.

유기견 포스터가 붙은 술집 네코
유기견 포스터가 붙은 술집 네코
유기견 포스터가 붙은 술집 네코

오늘은 우리가 데려온 꼬마냥이를 보더니
'가와이! 가와이!' , ' 오 마이 갓!'을 외치며
임보도 맡아주겠다고 선뜻 얘기도 해주고
고생했다며 시원한 수제맥주도
서비스로 줘서 벌컥벌컥 마신 시간
새벽 2:40분

네코 사장님이 주신 달달시원한 수제맥주
네코 사장님이 주신 달달시원한 수제맥주
네코 사장님이 주신 달달시원한 수제맥주

다시 여동생냥이를 잡기 위해 돌아와보니
이 골목에 나름 한 외모하는
'노바(카사노바의 줄임말)'를 만나서
간식을 줬다.

고양이와 싸우다 다친 카사노바 내일이면 카사노바도 안녕
고양이와 싸우다 다친 카사노바 내일이면 카사노바도 안녕
고양이와 싸우다 다친 카사노바 내일이면 카사노바도 안녕


그런데 목에 엄청 큰 혹인지 염증인지
심각해 보이는 덩어리가 잡혀서
어쩔 수 없이 내일 병원행을 결정하고
한숨쉬며 그녀석을 들고
다시 사무실로 간 시간
새벽 3시

 

사무실에 두 발정 직전의 숫컷이 싸울까봐
무거운 케이지를 클라라가 들고와서
서로 격리 시켜놓고는
줄줄 흐르는 땀을 딱으며
내일 오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집으로 귀가한 시간
새벽 3시반

허구헌날 발라당 꼬꾸 오빠냥 - 입양좀 가자 제발 ㅠㅠ
허구헌날 발라당 꼬꾸 오빠냥 - 입양좀 가자 제발 ㅠㅠ
허구헌날 발라당 꼬꾸 오빠냥 - 입양좀 가자 제발 ㅠㅠ

덥고 습기 가득한 골목길을
몇번을 오고가며 걸었더니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피곤한데도
나의 하루는 끝나지가 않는구나.

 

그래도 다른 캣맘들에 비하면 난 세발의 피.
매일 매일 이렇게 밤을 지나
새벽까지 길냥이들을 위해 밥을 나르고
중성화를 하려고 밤마다 잠복하는
진짜 캣맘들은 어떻게 살아내는지.


갱년기 불면증이
도움이 된 하루지만
그래도 이렇게 매일 살다가는
과로사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내가 수고롭다 힘들다 하고
페북에 하소연하면
캣맘들은
그 정도 하고 가식적이다 하고

일반인들은
그렇게 까지 하냐며 오바한다고 하고

지인들은
그렇게 어떻게 사냐고 걱정을 한다

 

여기도 저기도 어디에도
난 문제적 동네북.
그래도 닝겐은 땀을 뻘뻘 흘려도
행여 냥이들은 더위 먹을까봐
에어컨 틀어 준 방에서
시원하게 널부러져 있는
다섯냥이를 보면
내가 조금은 책임감있는 사람인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여동생냥이는 나타나지 않고
야식 드시는 내뚱냥이들
야식 드시는 내뚱냥이들

누가 뭐라든 이 녀석들만
잘 책임지면 되겠지
그렇게 저렇게 상념에 빠진 시간
새벽4시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고 일어나
오전 일찍 사무실에 놓고 온
꼬꾸와 노바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하는 시간
오전 8시

 

갱년기 불면증은
이상한 포인트에서
큰 도움이 되는구나하며
뿌듯해 하며
침대에 눕다가
삭신이 쑤시는 통증을 달래며
이 글을 쓰는 시간
새벽 4:32분

 

#밤샘작업하다나온클라라고마와
#냥이들이뻐해준착한총각고마와요
#수제맥주집네코마마와도모타치들땡큐
#CU편의점총각서비스아이스크림감사해요
#못난엄마안자고기다린내새끼들미안해
#늘고마운사람땡큐

 

한민경의 같이 사는 이야기
한민경의 같이 사는 이야기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