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냥이의 행복한 하루] 5. '물에 빠지면 위험해요'

  • 컬럼니스트 주호석

입력 : 2017.03.02 15:41

풀장에서 보여준 VAN냥이들의 주인 보호 본능

원래 야생동물이었던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지내기 시작한 것은 5천 년 전쯤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당시 농경사회였던 이집트에서 곡식 창고 주변에 쥐가 많아 이를 퇴치하기 위해 쥐를 잘 잡는 동물인 고양이를 집에서 기르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이에 비해 개는 고양이보다 훨씬 먼저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이 되었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반려동물로서 고양이와 개는 주인을 대할 때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인다. 독립심이 강한 고양이는 주인을 대등한 관계의 동료 (Companionship)로 여긴다. 어떤 때는 동료가 아니라 주인보다 상전 노릇을 할 때도 많다. 그래서 고양이는 주인과의 관계에서 복종이라는 말이 통하질 않는다. 또 혼자 지내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주인과 함께 지내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반면에 개는 주인을 의존대상(Dependant)으로 여기므로 주인 말을 잘 듣고 늘 주인 곁에서 지내길 좋아하다.
 

VAN냥이 남매가 정원에 있으면 다른 동물들이 감히 나타나질 못한다
VAN냥이 남매가 정원에 있으면 다른 동물들이 감히 나타나질 못한다
VAN냥이 남매가 정원에 있으면 다른 동물들이 감히 나타나질 못한다


고양이와 개의 그런 특성을 빗댄 우스갯소리가 있다. 주인이 개와 고양이한테 맛있는 먹이를 주고 쓰다듬고 하면서 지극한 정성을 베풀면 개는 '나한테 이렇게 잘 해주는 것을 보면 우리 주인은 참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 나도 주인한테 충성을 다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데 반해 고양이는 '나한테 이렇게 잘 해주는 걸 보면 나는 역시 대단한 고양이야. 나는 참 잘났어' 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렇게 잘난 척하고 독립심이 강한 고양이는 개와 달리 주인이 위급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주인을 보호하거나 지켜주고자 하는 행동을 좀처럼 하려 들지 않는다. 마치 자기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소 닭 보듯 무관심하다. 자기를 길러주던 주인이 죽어서 묘지에 묻히자 날마다 그 묘지를 찾아가 묘를 지키는 고양이도 있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고양이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똑순이 와잇스팟이 여러 번 예외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한번은 우리 집에 손님이 찾아와서 아내가 집 가까이에 있는 호수를 구경시켜 주려고 그 손님과 함께 대문을 나서 호수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와잇스팟이 대문 앞에서 호수로 향하고 있는 아내와 그 손님의 뒤에 대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듯 야옹야옹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동네가 시끄러울 정도로 큰소리를 질러댔다.

아내가 손짓을 하며 괜찮다고 안심을 시키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하는 수없이 아내가 손님한테 호숫가는 길을 설명해주고 혼자 다녀오라 한 다음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자 그때서야 야옹 소리를 그치고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주인이 처음 보는 사람과 어디로 가는 걸 매우 위험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즉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을 와잇스팟이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주인보호 본능이 강한 와잇스팟이 대문근처 높은 곳에서 망을 보고 있다
주인보호 본능이 강한 와잇스팟이 대문근처 높은 곳에서 망을 보고 있다
주인보호 본능이 강한 와잇스팟이 대문근처 높은 곳에서 망을 보고 있다


또 수영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집 앞에 우리 커뮤니티 주민들이 사용하는 야외수영장이 있다. 핫텁, 사우나 등의 시설이 함께 있는데 수영장 둘레에는 3m 정도 높이의 철망이 둘러쳐져 있고 철망 바깥쪽에는 큰 나무들로 가리워져 있다. 어느 날 아내하고 내가 그 수영장에 가서 막 수영을 하려 하는데 안보이던 와잇스팟이 나타나 철망을 기어오르며 우리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리가 수영장에 있으니 녀석도 함께 놀고 싶어 나타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울부짖듯 야옹거리며 계속 철망을 기어오르는데 그게 아니었다. 철망에 다가가서 괜찮다고 달래보아도 막무가내였다. 그러는 사이 어디서 브루스까지 나타나 철망을 기어오르며 두 녀석이 함께 소리를 질러댔다. 와잇스팟과 달리 원래 성격이 너그럽고 남자다운 브루스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누나 와잇스팟이 아주 다급하게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뒤늦게 나타나서 행동을 같이했던 것 같다.

결국, 두 녀석이 철망을 넘어 수영장 안으로 들어왔다. 하는 수없이 풀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옷을 챙겨 들고 수영장 문밖으로 나왔더니 그제서야 울부짖는 소리를 멈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와잇스팟이 앞장서서 집으로 향해 달려가면서 뒤따라 가는 우리를 계속 돌아보았다. 만약 우리가 다시 수영장으로 향하면 녀석들도 또다시 짖어대기 시작할 태세였다.
 

항상 주인인 나와 대등하다는듯이 행동하는 브루스
항상 주인인 나와 대등하다는듯이 행동하는 브루스
항상 주인인 나와 대등하다는듯이 행동하는 브루스


원래 고양이는 물을 아주 싫어하는 동물이다. 시도 때도 없이 혀로 털을 핥아대기 때문에 개와 달리 목욕이 필요 없는 게 고양이인데 애기 때부터 훈련이 되지 않으면 목욕을 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물을 싫어한다. 그날 와잇스팟은 주인인 아내하고 내가 수영장 물에 들어가려는 걸 보고 제 딴에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나보다 무식해서 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르나 봐' 하고 걱정을 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아내와 나는 하려던 수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위험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 쓴 녀석들이 너무나 기특하게 여겨졌다. 사랑스런 녀석들...

 

[컬럼니스트 소개]

주호석 (genman201@daum.net)
현재 캐나다 거주 컬럼니스트로 활동중

-매일경제신문 기자
-월간 텔레월드 발행인
-실리콘밸리뉴스 한국지사장
-밴쿠버 중앙일보 편집국장
-캐나다 멀티컬쳐럴 TV 'CHANNEL M' 한국어뉴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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