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냥이의 행복한 하루] 6. 영원한 미스테리 '브루스 가출사건'

  • 컬럼니스트 주호석

입력 : 2017.03.08 13:41

가출 일주일만에 귀가, 행적은 알길 없어

고양이는 거처를 옮기게 될 경우 주인보다도 살던 장소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함께 살던 주인이 이사를 가면 그 주인을 따라가려 하기보다는 주인이 떠났지만 살던 집에 머물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개와 달리 주인과 함께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주인을 버리고 살던 집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새집에 살더라도 엄청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브루스와 와잇스팟이 한 가족이 되고 나서 2~3일간은 바깥 외출을 못 하게 했다. 혹시라도 밖에서 길을 잃거나 태어난 집을 찾아간다고 어디론가 떠나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렇게 외출금지상태로 며칠이 지난 뒤 조금씩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낮시간엔 밖에 나가 놀게 했다. 그런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별문제없이 집을 잘 찾아오고는 했다. 어리기는 해도 앞으로 자기들이 평생 살아갈 집이라고 일찌감치 마음을 먹은 모양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두 녀석은 매일같이 새벽에 집을 나갔다가 밤늦게 귀가를 하는 생활패턴을 유지하게 됐다. 중간중간 집에 들러 밥을 먹고는 또다시 밖으로 나가고 가끔은 집에 들어와 늘어지게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 식이었다. 물론 저녁 귀가시간은 지들 맘이어서 들쭉날쭉했고 자정을 넘어 새벽에야 들어오는 날도 적지 않았다.
 

일주일동안 가출했다가 돌아온 브루스
일주일동안 가출했다가 돌아온 브루스
일주일동안 가출했다가 돌아온 브루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외출한 브루스가 그다음 날 아침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꼬박 밤을 새워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가끔씩 출입문을 열고 나가 브루스를 불러댔지만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자꾸만 밀려왔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도 자꾸만 불길한 상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직장동료들한테 얘기를 했더니 원래 아웃도어 고양이는 밖에서 잠을 자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하루 이틀 정도 외박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해주었다. 또 어떤 친구는 아마 브루스한테 애인이 생겨 외박을 하는 모양이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루스는 발을 다쳐 병원에 갔을 때 중성화수술을 했기 때문에 애인이 생겨 외박할 일은 없었다.

식구들 모두가 브루스 걱정을 하며 지내는 날이 그날 하루로 끝나질 않았다. 그다음 날 또 다음날...어느새 한 주일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밤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브루스를 불러대고 집 근처 그리고 좀 멀리 떨어져 있는 동물보호소(SPCA)까지 찾아가 신고를 하고 둘러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우리의 걱정은 커지기만 했다. 

새벽에 눈이 떠지면 벌떡 일어나 녀석이 드나드는 정원 쪽 출입문을 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정원을 둘러보고는 했지만 브루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마음이 답답한 아내는 이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잘생긴 우리 브루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저세상에서는 멋진 할리웃 스타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소서'라고. 
 

브루스가 가출했을 때 동네 여기저기에 붙였던
브루스가 가출했을 때 동네 여기저기에 붙였던 'Missing Cat' 포스터
브루스가 가출했을 때 동네 여기저기에 붙였던 'Missing Cat' 포스터


그토록 애를 태우며 브루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는 사이 꼬박 일주일이 지났다. 집을 나간 날이 수요일이었는데 여섯 밤이 지난 화요일 아침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마지막 방법으로 고양이 분실(Missing Cat) 포스터를 여러 장 만들어 동네 전봇대 등 사람들 눈길이 잘 닿는 곳에 그 포스터를 붙였다. 포스터에는 브르스 사진과 함께 인상착의 잃어버린 장소와 시간 연락처 등을 적어놓았다. 포스터들을 붙이며 제발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의 기도를 올리고는 했다.

그다음 날인 수요일엔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나하고 아내는 출근을 하고 딸 애니와 한국에서 오신 장모님이 집에 있었다. 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아내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대뜸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브루스가 돌아왔어요' 하는 것이었다. '정말? 정말?....' 하고 몇 번을 되물었다. 반가움에 앞서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집에 와서 얘기를 들어보니 딸 애니가 위층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고양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것이다. 혹시 브루스인가 하고 출입문을 열어보니 비 맞은 생쥐처럼 비에 흠뻑젖은 브루스가 목이 쉬듯 야옹 소리를 지르며 뒷정원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고 한다. 비에 완전히 젖어 원래 모습과 달라 보인 탓에 장모님은 보자마자 '이게 누구네 고양이냐'고 물으셨다고 한다.

집안에 들어와서도 브루스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계속 울부짖듯 뭐라고 소리를 내는데 마치 '나 괜히 가출했다가 일주일 동안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개고생했어. 집이 제일이야. 다시는 가출 안 할 거야' 라고 말하는듯했다고 한다. 그렇게 후회할 짓을 왜 했던고. 

그 뒤로 아내하고 몇 번인가를 얘기했다. 브루스가 일주일 동안 어디서 무얼 하며 지냈을까? 또 어떻게 일주일 만에 집을 찾아왔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끼리 세 가지 가정을 해보았다.
 

브루스가 헤매고 다닌 Deer lake 호수의 주변 풍경
브루스가 헤매고 다닌 Deer lake 호수의 주변 풍경
브루스가 헤매고 다닌 Deer lake 호수의 주변 풍경


첫째 어떤 사람이 잘생긴 브루스를 보고 자기 집에서 키울 요량으로 붙잡아갔다가 포스터를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놓아주었으리라는 가정.

둘째 우리 집 주변엔 큰 호수가 있고 그 주변으로 나무와 숲이 우거져있는데 브루스가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고 일주일간 숲속을 헤매다가 어떻게 용케 집근처로 돌아와 귀가했을 것이라는 가정.

셋째 브루스가 자기 사진이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 제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왔으리라는 가정.

물론 세 번째 가정은 농담이다. 가능성이 있는 가정은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인데 브루스녀석이 아직까지도 자기의 가출스토리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으니 진실을 알 길이 없다. 가출했다가 집에 돌아온 뒤 가끔씩 어디서 뭘했느냐고 물어봐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브루스의 일주일 가출 사건은 이제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컬럼니스트 소개]

주호석 (genman201@daum.net)
현재 캐나다 거주 컬럼니스트로 활동중

-매일경제신문 기자
-월간 텔레월드 발행인
-실리콘밸리뉴스 한국지사장
-밴쿠버 중앙일보 편집국장
-캐나다 멀티컬쳐럴 TV 'CHANNEL M' 한국어뉴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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