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로 산다는 것] #39. 여름에 찾아오는 불청객

  • 로얄동물메디컬센터 김영환 원장

입력 : 2017.03.15 11:41

3월부터는 사상충 예방이 필요해요!

곳곳에서 봄을 알리는 꽃이 피고 있다. 머지않아 날이 서서히 무더워지고 여름을 알리는 태양 빛도 강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여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모기다. 모기의 등장이 예고되면 우리 병원에서도 준비하는 것이 있다.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심장사상충’이라는 질병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다. 병원에는 심장사상충 예방에 대한 벽보가 붙고, 아이의 예방접종을 위해서 병원을 찾는 보호자들도 많아진다. 

심장사상충은 명칭상 심장에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정확히 말해서 처음부터 심장에 기생하는 기생충은 아니다. 보통 폐동맥에 기생하며 폐조직과 혈관에 손상을 입혀 증상을 나타내는데 혈관 내에 기생할 자리가 없어지면 그때 심장까지 가게 된다. 이렇게까지 병이 진전되어 환자가 사망하면 혈관과 심장에서 기생충이 같이 발견된다. 심장사상충이라는 이름은 맨 처음 심장사상충을 발견한 사람이 개의 심장에서 기생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또 심장에 들어있는 기생충의 이미지가 워낙 혐오스러운 원인도 있다.

심장사상충은  모기가 흡혈 중 주둥이를 타고 바로 혈액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모기를 뚫고 나와 피부 위로 떨어진다. 그리고 모기가 물어 뚫린 상처로 기어 들어가 체내로 감염되는 것이다. 혈류를 타고 폐동맥으로 가서 성충이 되는데, 다 자란 성충은 길이가 제법 길어 암컷은 25~30cm, 수컷은 12~20cm쯤 되고, 수명이 7년 이상이다. 자라난 성충들은 자신들의 축소판인 마이크로필라리아(Microfilaria)를 낳아 혈관 속으로 끊임없이 내보내게 된다. 

이런 심장사상충은 보통 개에게만 심각한 증상으로 치닫곤 한다. 고양이의 경우 감염은 될 수 있지만 위와 같은 경로를 통해 고양이가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는 개보다 적은 편이다. 종종 사람에게도 감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사람에게 있는 면역체계로 인해 발병이 일어나지 않으니 키우던 개에게 심장사상충이 옮을까 걱정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심장사상충의 치료는 대부분 약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멜라소민을 24시간 간격으로 두 번 주사하는데, 이 경우 90% 정도의 심장사상충이 죽는다. 하지만 그전에 몇 마리의 심장사상충이 들어 있는지, 개의 나이는 몇 살인지, 크기는 얼마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약을 써서 벌레가 죽은 뒤 그 조각이 떨어져나가 혈관을 막아버리는 혈전색전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리수가 적고 증상도 없다면 저위험군에 속하니 약을 써도 되지만, 마리수가 많고 증상도 심하다면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 즉 약을 주고 난 뒤 색전증이 안 생기도록 움직임을 제한해야 하는데, 최소한 한 달이나 40일 정도 상자 같은 곳에 넣어놓기도 한다. 카발증후군(Caval syndrome)이 생겼거나 숫자가 많은 경우라면 목의 정맥을 통해 기구를 넣는 수술로 충체를 직접 꺼낼 수도 있다. 수술로 꺼내면 혈전색전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치료 사례를 보더라도 심장사상충의 치료는 다른 기생충에 비해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심장사상충 예방시기에 맞춰 예방을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할 수 있다. 심장사상충은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열대 지역 어디서나 나타나고 있을 정도로 흔하게 발견되는 기생충이다. 이 때문에 매년 나타나는 모기들에 의해 개가 심장사상충에 걸릴 확률 역시 높은 것이 사실이다. 예방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에는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이 있다. 이 약들은 유충이 들어오는 것을 막진 못해도 유충이 성충으로 발육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개를 지켜준다. 

약값이 부담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걸렸을 때의 치료비보다는 훨씬 적다. 혹시 성충이 이미 있는 개에게 예방약을 투여하면 성충이 죽어 혈전색전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먼저 감염 여부를 알아보는 게 꼭 필요하다.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견에게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한다. 어딘가에서 심장사상충 예방약에 대한 부작용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개가 침을 많이 흘리고 구토를 하거나 설사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우리가 쓰는 많은 약들 중 부작용이 없는 약은 하나도 없다. 모든 약은 부작용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 또한 셔틀랜드 쉽독이나 콜리 같은 몇몇 종들에게는 예방약의 부작용이 더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나와 있는 심장사상충 약은 안전성에 대한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는 약들이다. 예방약의 부작용을 걱정하기보다는 여름에 찾아오는 무서운 불청객에게 소중한 반려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따라서 수의사와의 상담을 통한 적절한 예방은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모기가 발생하기 한 달 전인 3월부터 소실 한 달 후의 10월까지가 사상충 예방의 필요시기다. 하지만 실내 생활에 익숙한 모기가 많은 관계로 3개월 이상 예방약을 하지 않은 경우 검사의 필요성과 다른 내부 기생충의 예방 목적으로라도 반드시 사상충 예방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 비록 모기와 심장사상충은 여름만 되면 찾아오는 무서운 불청객이지만, 애견이 반려인과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름이란 계절은 분명 기분 좋은 손님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이 반가운 여름을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petzine
출처:petzine

본 컬럼은 로얄에이알씨에서 출간한 '수의사로 산다는 것'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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