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냥이의 행복한 하루] 7. 와잇스팟 엄마가 되다

  • 컬럼니스트 주호석

입력 : 2017.03.16 15:31

우리 집에서 처음 태어난 새 생명-새끼고양이 네 마리

우리 집이 있는 동네는 밴쿠버에서 보기 드물게 아주 특이한 곳이다. 개인 주택 20가구가 들어서 있는 공동주택단지다. 주택 자체는 독립된 개인 주택(하우스)인데 동네 전체는 공동 주거단지로 형성되어 스트라타 규정에 의해 관리된다. 따라서 개인소유의 땅과 주택은 개인이, 도로나 공유정원 그리고 수영장 같은 공동시설은 용역회사에 맡겨 공동관리를 한다. 동네는 울타리가 처져있고 양쪽에 게이트가 있어서 주민 외의 사람이나 자동차는 출입을 할 수가 없다.

이 동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사람들이 한번 이사해서 들어오면 좀처럼 떠나지 않고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웃들끼리 서로 잘 알고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내가 우리 집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히스토리를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 있는 것도 그런 이웃들과 얘기를 자주 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아기고양이였던 와잇스팟이 드디어 엄마가 되었다
이렇게 아기고양이였던 와잇스팟이 드디어 엄마가 되었다
이렇게 아기고양이였던 와잇스팟이 드디어 엄마가 되었다


우리 집의 첫 주인, 즉 빌더는 이태리계 캐네디언이다. 그 사람은 일본식 정원을 좋아해서 집을 지을 때 정원을 일본식으로 설계를 했다고 하는데 아직도 그 사람이 디자인한 정원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두 번째 주인은 중국계 말레이지아 출신인데 왕족 출신으로 돈이 많은 사람이라 당시 아파트 한 챗값을 들여서 집을 리노베이션했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주식투자에 큰돈을 날리는 바람에 얼마 살지 못하고 이사를 갔고 그 사람 덕에 우리는 이사 올 때 집수리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고 단지 카펫 청소만 하고 들어와 살 수가 있었다. 

그다음에 세 번째 주인이 된 사람은 타이완 출신인데 화초 가꾸는데 취미가 없어 정원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불과 1년 정도 살다가 우리한테 팔고 이사를 갔다. 정원 가꾸기를 취미로 즐기는 나와 달리 그 사람은 정원 가꾸는 일이 즐겁기는커녕 엄청 힘든 일로 여겨졌던 것 같다. 그 사람이 새로 이사간 집은 우리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마당을 아예 콘크리트로 깔아버려 화초 가꿀 일이 전혀 없는 집이다.  

그 사람으로부터 우리가 집을 구입함으로써 우리는 네 번째 주인이 된 셈이다. 그런데 그동안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얘기를 들은 바로는 과거 어느 주인도 이 집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경험을 했던 사람은 없었다. 즉 아기를 낳거나 애완동물이 새끼를 낳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사를 오고 나서 축복을 받으며 새 생명이 탄생하는 일이 처음 일어났다. 와잇스팟이 귀여운 새끼고양이 네 마리를 낳은 것이다.
 

엄마고양이와 함께 놀고 있는 새끼고양이들
엄마고양이와 함께 놀고 있는 새끼고양이들
엄마고양이와 함께 놀고 있는 새끼고양이들


원래 와잇스팟이 새끼 낳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중성화수술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녀석이 임신을 하고 말았다. 브루스는 다리를 다쳐서 병원 가는 길에 중성화수술을 했는데 정작 암코양이 와잇스팟은 수술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새끼고양이들의 아빠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다행히 브루스가 아빠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새끼고양이들은 처음엔 털도 없는 데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등 아주 볼품없더니 며칠 지나지않아 털이 나기 시작하고 그다음엔 조금씩 걷기도 하면서 점점 귀여운 키티로 자라났다. 그렇게 아기고양이들이 자라는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밖에 나가지도 못하면서 진한 모성애를 발휘하는 와잇스팟의 모습이 무척이나 대견스럽고 감동적이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위대한 일 중 하나라는 사실을 엄마가 된 와잇스팟을 보고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 녀석들이 몇 주가 지나자 이제는 집안 곳곳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뛰놀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호떡집 불난 것처럼 네 녀석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부산해지기도 했다. 녀석들 때문에 조용하던 집이 갑자기 시끌벅적한 어린아이들 놀이터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도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녀석들이 밉지가 않고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엄마 와잇스팟이 낳은 키티들인데 생김새는 물론 하는 짓이나 성격 그리고 지능이 전부 제각각이라는 사실이었다. 털 색깔과 무늬가 좌우 대칭으로 멋지게 배치되어 있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눈두덩이에 큼지막한 점 모양의 진한 색 털이 나 있는 녀석도 있었다. 또 어떤 녀석은 슬픈 눈매에 항상 조용하고 구석에 혼자 앉아 있기를 좋아하는가 하면 어떤 녀석은 천방지축 온종일 뛰어다니는 녀석도 있었다. 

지적능력도 모두 달라서 어떤 녀석은 대소변 보는 것을 한 번만 가르쳐주어도 잘 따라 하는가 하면 어떤 녀석은 아무리 가르쳐주어도 화잘실을 찾지조차 못했다. 어느 날은 훼밀리룸에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가 작동이 안 돼 살펴보았더니 어느 녀석이 컴퓨터 본체 뒤쪽에 대소변을 누는 바람에 컴퓨터가 아예 고장 나 있었다. 며칠 동안 거기에다 볼일을 본 모양이었다.   
그런 외모나 성격 지능 등을 감안하여 아내가 각각 이름을 지어주었다. 외모가 가장 예쁜 녀석은 이쁜이, 가장 영리한 녀석은 원이라고 지었다. 원이라는 이름은 아들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똑똑한 아들을 닮았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장모님은 그 얘기를 듣고는 아들 이름을 고양이한테 붙여주면 어떡하느냐고 불평을 하셨었다.
 

엄마고양이 와잇스팟은 무척 날렵하고 씩씩하다
엄마고양이 와잇스팟은 무척 날렵하고 씩씩하다
엄마고양이 와잇스팟은 무척 날렵하고 씩씩하다


이렇게 제각기 다른 외모와 성격을 타고나긴 했지만, 녀석들 하나하나 귀엽고 예쁘기는 마찬가지였다.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브루스와 와잇스팟의 어릴 적 귀여웠던 모습들이 자주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 녀석들을 모두 데리고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으나 현실적으로 감당할 자신이 없어 원하는 사람들한테 한 마리 또는 두 마리씩 분양을 했다.

길지 않은 시간 녀석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들어 녀석들이 남의 집으로 떠나갈 때마다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녀석들을 데려가는 사람들한테 이쁘게 잘 키워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들은 우리 집을 떠나가면서도 아쉬워하거나 슬퍼하는 기색을 전혀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무정한 녀석들 같으니... 그래, 새 집에 가서 새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잘 지내거라.

 

[컬럼니스트 소개]

주호석 (genman201@daum.net)
현재 캐나다 거주 컬럼니스트로 활동중

-매일경제신문 기자
-월간 텔레월드 발행인
-실리콘밸리뉴스 한국지사장
-밴쿠버 중앙일보 편집국장
-캐나다 멀티컬쳐럴 TV 'CHANNEL M' 한국어뉴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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