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냥이의 행복한 하루] 10. '아가들아 정말 미안해'

  • 컬럼니스트 주호석

입력 : 2017.04.24 17:51

아픈 녀석들 병원데려갔다 그냥 돌아온 사연

아웃도어 고양이를 키우면서 늘 버리지 못하는 걱정거리가 있다. 녀석들의 안전문제다.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다 보니 언제 어디서 다치거나 포악한 야생동물과 맞닥뜨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산과 들 그리고 개울이나 호숫가 등지를 놀이터 삼아 노는 녀석들이라 각종 병균이나 벼룩 같은 해충에도 항상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야성이 강한 고양이는 사람과 달리 병균에 강하고 거친 음식도 소화를 잘 시키는 튼튼한 장기를 갖고 있지만, 그것만 믿기에는 녀석들의 활동무대가 너무 넓고 위험하다. 그래서 너구리로부터 감염될 수도 있는 광견병 등 전염병을 막기 위한 예방주사를 맞히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벼룩약을 먹이고 바르고 한다. 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두 녀석 모두 사고보험을 들기도 했다.
 

아가들이 구토증세로 고생하고 있을 때 함께 잠들어 있는 모습
아가들이 구토증세로 고생하고 있을 때 함께 잠들어 있는 모습
아가들이 구토증세로 고생하고 있을 때 함께 잠들어 있는 모습


와잇스팟과 브루스 두 녀석이 아직 어린 티가 나던 시절 어느 날 브루스가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토하기 시작했다. 집안에서 먹는 먹이는 항상 동일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리 없었는데 밖에서 박테리아에 감염된 듯했다. 토하고 나서 배가 고프면 아주 조금 먹이를 먹고는 또다시 곧바로 토하는 걸 반복했다. 안 그래도 왕방울만하게 큰 눈이 더 커 보일정 도로 얼굴이 수척해 보였다. 괜찮아지겠지 하고 하루를 보내고 이틀째 날이 밝았는데도 토하기를 그칠 줄 몰랐다.

너무 안쓰러워서 병원엘 가야 하나 하고 망설이고 있었는데 그날 오후부터 멀쩡하던 와잇스팟까지 토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브루스한테 감염된 바이러스가 한집에서 생활하는 와잇스팟에게 전염된 것 같았다. 와잇스팟의 증상도 브루스와 똑같았다. 먹기만 하면 토하는 것이다. 천방지축 동생 녀석 때문에 누나까지 고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누나인 와잇스팟이 브루스한테 꾸중을 하거나 나무라는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병원에 다녀온 뒤 누워 있는 와잇스팟
병원에 다녀온 뒤 누워 있는 와잇스팟
병원에 다녀온 뒤 누워 있는 와잇스팟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두 녀석이 아주 대조적인 행동을 보여주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브루스는 토하고 나서 배가 고프면 적은 양이긴 하지만 다시 먹이를 먹고 그걸 다시 토하기를 계속 반복하는데 와잇스팟은 두어 차례 그러더니 그다음부터는 아예 먹는 걸 포기하고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었다. 똑순이답게 먹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하고 배고픔을 참고 있는 듯 했다.

그렇더라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 녀석도 아니고 두 녀석이 동시에 아파하고 있으니 그냥 놔둘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은 좀 아파도 쉽게 병을 이겨내고 회복한다고들 하지만 며칠째 고생하는 녀석들이 너무나 안쓰럽고 안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저녁에 아내하고 상의 끝에 동물병원에 데려가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다니는 병원은 야간에 문을 닫기 때문에 24시간 문을 여는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서 좀 멀기는 하지만 평소 보아두었던 24시간 문을 여는 동물병원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수의사한테 증상을 설명했더니 우선 병원에 하루 이틀 정도 입원해서 검사와 진단을 받은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치료비를 물어보니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적지 않은 치료비가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큰돈이 들어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의사한테 잠시 시간을 달라 해서 아내와 상의를 했다. 녀석들 생각하면 당장 입원을 시켜야 하겠는데 그렇다고 돈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으니 난감했다. 고민 끝에 집에 가서 하루만 더 견뎌보고 그래도 상태가 안 좋으면 우리가 다니던 병원으로 데려가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퀭한 눈을 껌벅이고 있는 녀석들을 바라보니 이만저만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 게 아니었다. '미안하다, 아가들아'

의사한테 우리의 뜻을 전했더니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날 진료비를 지불한 다음 녀석들을 케이지에 집어넣었다.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는 녀석들을 보며 내가 꼭 무슨 죄를 짓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이쁘다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몸이 아픈데도 돈을 핑계로 입원을 시켜주지 못하는 마음이니 오죽했겠나. 

 

만사가 귀찮은듯 잠들어 있는 브루스
만사가 귀찮은듯 잠들어 있는 브루스
만사가 귀찮은듯 잠들어 있는 브루스


케이지에 들어간 채 차를 타고 반 시간 정도 집에 오는 동안 녀석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고 한 번도 야옹 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녀석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희들이 싫어하는 병원 신세를 지지 않게 되어서 잘됐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아파죽겠는데 돈 몇 푼이 뭐가 아깝다고 치료도 안 해주고 집으로 그냥 돌아가느냐고 나를 원망 했을까.

아마 브루스는 '아이고 다행이다. 병원에 입원해서 며칠 지낼 생각하니까 미칠 것만 같았는데 그냥 집으로 가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아프건 말건 나는 집이 좋아. 난 병원은 무조건 딱 질색이니까. 역시 엄마 아빠는 내 마음을 족집게처럼 잘 알아. 땡큐, 엄마 아빠'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반면에 와잇스팟은 '병원에서 의사한테 치료받는 거 좋아하는 고양이가 어디 있겠어. 하지만 이왕에 병원까지 데려왔으면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지 다시 돌아가는 게 뭐람. 엄마 아빠는 돈밖에 모르나 봐. 우리 둘이 엄마 아빠한테 매일 매일 안겨주는 즐거움과 기쁨을 돈으로 환산하면 치료비보다 훨씬 더 클 텐데 말이야. 앞으론 집에서 재롱도 안 부릴 거야' 라고 속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집에 도착해 녀석들을 케이지에서 꺼내며 '미안하다. 얘들아' 하고 말을 건넸다. 잠자리에 들면서 두 녀석들을 양쪽 팔로 하나씩 안아주었다. 다시 '미안해, 아가들아' 하고 포옹을 하며 빨리 낫기를 바라는 기도를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이 녀석들이 고양이가 아니고 아들 딸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나 마나 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녀석들한테 더 미안했다. 그 다음 날도 마음속 가득 녀석들한테 미안한 마음을 지우지 못한 채 또 하루가 지나갔다.

그런데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녀석들이 토하지 않으면서 정상적으로 먹이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의사한테 치료도 받지 않았고 약도 전혀 먹지 않았는데 자연치유가 된 것이다. 역시 동물들의 병에 대한 저항력이 사람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녀석들의 표정도 완전히 달라졌다.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표정이 밝아지고 생기가 넘쳐났다. 

이상한 것은 아프기 시작한 시점은 각각인데 두 녀석이 동시에 병을 이겨내고 회복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브루스는 토하면서도 배고프면 참지 못하고 먹고는 다시 토하기를 반복한 반면 와잇스팟은 인내심을 발휘해 박테리아가 뱃속에서 모두 사라질 때까지 먹는 것을 참고 견뎌온 것이다. 동생 브루스가 누나 와잇스팟한테 이렇게 능청을 떨지 않았을까. '그봐,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 오길 잘했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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