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냥이의 행복한 하루 : 일주일간의 이별을 앞둔 어느 날 밤

  • 컬럼니스트 주호석

입력 : 2017.05.25 17:02

브루스는 두 앞발로 내 팔을 꼬옥 붙잡고 잠이 들었다

고양이는 다른 동물과 달리 배를 하늘로 향하게 뒤집혀서 바닥에 누워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은 사람 또는 다른 고양이한테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짓이다. '나 좀 봐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물론 기분이 매우 좋을 때 하는 짓이다. 고양이는 혹시 모르는 사람이나 적대적인 동물이 나타날 것을 염두에 두고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게 보통인데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 누워있을 때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때인 것이다. 

이렇게 고양이가 기분 좋은 상황에서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배를 위로 드러내는 경우 조심해야 할 것은 그 행동이 자기 몸을 만지는 것까지 허락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만약 그 상황에서 손으로 배를 만지거나 하면 바로 이빨로 물거나 공격하려는 동작이 나온다. 심지어 아주 친하게 지내는 주인이라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진다. 나도 여러 번 브루스한테서 그런 상황을 경험한 바 있는데 어떤 때는 꽤 아프게 물기도 한다.
 

야외 벤치에서 배를 하늘로 향한 채 오수를 즐기고 있는 브루스
야외 벤치에서 배를 하늘로 향한 채 오수를 즐기고 있는 브루스
야외 벤치에서 배를 하늘로 향한 채 오수를 즐기고 있는 브루스


고양이는 또 잠을 잘 때 배를 하늘로 치켜올리기도 한다. 역시 잠자리가 아주 편하고 아무도 자기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그런 자세로 잠을 잔다. 그렇지않고 주변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그런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그래야만 자다가 적의 공격을 받더라도 재빨리 역공 자세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나하고 함께 잠을 자는 브루스는 자주 배를 위로 치켜들고 잔다. 역시 나하고 함께 자는 잠자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는 뜻이다. 브루스는 아무리 늦은 밤시간이라도 나보다 먼저 침대로 가는 일이 없다. 내가 훼밀리룸이나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소파에 누워 잠을 자거나 하면 녀석도 내 옆에서 잠을 자거나 앉아있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가 내가 침실로 올라가면 따라서 올라온다. 녀석이 만약 소파에 잠이 들어 있으면 내가 두 팔로 안고 올라가 침대에 눕힌다. 그리고 내가 침대에 누우면 나한테 다가와 항상 내 오른팔을 베고 잠들기 시작한다. 처음에 내 팔을 베고 잠이 들기 시작할 때는 브루스가 나를 향해 옆으로 누워 오른쪽 앞발을 내 가슴 위에 얹어놓고 잠이 든다. 어린 애기가 엄마 젖무덤에 손을 얹고 자는 모습과 똑같다.

그다음부터는 여러 번 자리를 옮겨 다니며 잠을 잔다. 어떤 때는 내 다리 사이 또는 발이 뻗쳐있는 곳에서 자기도 하고 침대에서 내려가 카펫 위에서 자기도 한다. 그러다가 다시 내 곁으로 와서 내 팔을 베고 다시 잠이 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꼭 하는 버릇이 하나 있다. 내 옆에 눕기 전에 나를 빤히 쳐다보며 뭐라고 말을 하면서 자기 얼굴을 내 얼굴에 몇 번씩 부벼대는 것이다. '아빠, 나하고 같이 자요' 하고 말하는 듯하다.
 

브루스가 매트 위에서 배를 치켜들고 잠들어 있는 모습
브루스가 매트 위에서 배를 치켜들고 잠들어 있는 모습
브루스가 매트 위에서 배를 치켜들고 잠들어 있는 모습


고양이가 누군가의 몸에 자기 얼굴이나 몸뚱이를 부벼대는 것은 일종의 애정표현이다. 그렇게 하는 대상은 고양이가 아주 좋아하고 믿는 사람이며 그 행동은 '너는 내 거야' 즉 'You belong to me' 라는 의미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워낙 거만해서 주인한테도 절대로 '나는 네꺼야' 즉 'I belong to you'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하루 평균 16시간 정도를 자는데 한 번에 오랜 시간 자지 않고 쪽잠을 자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밤에 자는 동안에도 자주 깨어나 자리를 옮겨가며 잠을 잔다. 얼마 전 딸을 만나 보기 위해 일주일간 뉴욕에 다녀온 적이 있다. 뉴욕으로 떠나기 전날 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브루스와 함께 잠이 들었다. 

브루스와 나의 일주일간의 이별은 매우 긴 이별이 아닐 수 없다. 브루스가 가출해서 일주일 동안 귀가하지 않았을 때, 아들 결혼식 때문에 하와이에 일주일 다녀올 때 그리고 딸이 뉴욕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해 일주일간 미국에 다녀올 때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오래 헤어진 적이 없었다. 

그렇게 여러 날 동안 브루스와 이별을 하게 되면 무엇보다 녀석의 하루하루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하루에도 여러 번 외출을 하는데 문을 열어주고 닫는 일부터 먹이를 챙겨주는 일, 또 밤늦게 귀가해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챙겨주는 일 등 녀석을 위해 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밤 시간에 안전하게 집에 들어오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신경을 써야만 하는 일이다.
 

소파에서 쉬고 있는 나한테 다가와서 얼굴을 부벼대는 브루스
소파에서 쉬고 있는 나한테 다가와서 얼굴을 부벼대는 브루스
소파에서 쉬고 있는 나한테 다가와서 얼굴을 부벼대는 브루스


뉴욕으로 떠나기 전날 밤에도 그런 걱정을 하면서 녀석을 두 팔로 꼭 안아주며 함께 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날 밤엔 브루스가 평소와 아주 다른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었다. 잠자리를 옮겨 다니지도 않고 배를 하늘로 향하지도 않은 채 내 곁에서 같은 자세로 계속 잠을 자는 것이었다. 또 오른쪽 앞발을 내 가슴에 올려놓고 자는 게 보통인데 그날은 두 앞발로 내 오른쪽 팔을 꼭 붙잡고 자고 있었다. 

날이 밝으면 아침 일찍 내가 멀리 떠나고 일주일간 이별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 팔을 두 앞발로 붙잡고 잠들어 있는 모습이 마치 '아빠, 나를 두고 멀리 가지 말아요' 라고 말하는 듯했다. 짧든 길든 이별은 항상 힘든 것,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정이 들면 고양이와의 이별도 마찬가지라는 걸 브루스가 깨우쳐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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