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냥이의 행복한 하루 : 브루스의 귀가 풍경 '이리 오너라'

  • 컬럼니스트 주호석

입력 : 2017.06.14 10:31

늦게 문 열어주면 야단치듯 성질부리기 일쑤

아내하고 가끔 외식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해서 조금이라도 늦게 집에 돌아오는 경우 집에 거의 도착할 때쯤 차 안에서 우리끼리 꼭 하는 말이 있다. '브루스가 또 성질내지 않을까?'라고 하는 말이다. 녀석이 밖에서 놀다가 귀가해서 집안으로 들어오려 할 때 누군가가 출입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어쩌다 녀석이 밖에서 기다린 시간이 길었을 경우 들어오면서 잔뜩 화가 난 듯 '야아오옹' 하고 성질을 부리기 일쑤다. 특히 비나 눈이 내려 궂은 날엔 더 크게 화가 나서 녀석이 부리는 성질이 장난이 아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빤히 올려다보면서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댄다. 마치 '아니, 어딜 갔다가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라고 야단이라도 치는 듯한 태도다. 
 

문밖에 있는 야외 테이블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브루스
문밖에 있는 야외 테이블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브루스
문밖에 있는 야외 테이블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 브루스


우리는 저녁 시간을 주로 훼밀리룸에서 보낸다. 우선 컴퓨터와 TV가 거기에 있어서 그러한데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브루스가 집 안팎을 드나드는 출입문이 훼밀리룸에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아내하고 나는 브루스 귀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녀석이 그동안 수도 없이 늦게 돌아오거나 아예 외박을 하곤 해서 우리의 애간장을 태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내가 꼬박 밤을 새우며 기다린 적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러는 주제에 우리가 늦게 귀가해서 밖에서 기다리게 만들면 그 야단을 치고는 한다.

특히 밤이 되면 고요테나 살쾡이 같이 포악하고 고양이한테 매우 위험한 동물들이 가끔 나타나는 동네여서 브루스가 늦게 귀가하는 날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녀석의 무사 귀가를 학수고대하다 보니 녀석이 문밖에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하루 종일 놀다 온 녀석을 무슨 개선장군 환영이라도 하듯 아내와 내가 반갑게 맞이한다. 

녀석이 어슬렁어슬렁 문을 향해 걸어오는 걸 목격하는 순간 아내는 '오셨다' 하고 한마디 한 다음 얼른 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아내는 웃으며 한마디 더 한다. '브루스 출입문은 인간자동문이야'라고.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가 브루스가 문앞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열어주는 걸 빗대어 하는 말이다.
 

브루스가 집을 드나들 때 이용하는 출입문과 브루스 밥그릇 그리고 물그릇
브루스가 집을 드나들 때 이용하는 출입문과 브루스 밥그릇 그리고 물그릇
브루스가 집을 드나들 때 이용하는 출입문과 브루스 밥그릇 그리고 물그릇


더 가관인 것은 어쩌다 우리가 문 쪽에서 눈을 떼고 TV를 보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 녀석이 문 앞에 도착하면 방충망 구멍을 통해 혼자 충분히 들어올 수 있는데도 밖에 서서 큰 소리로 야옹거리는 것이다. '나는 개가 아닌데 어떻게 개구멍으로 들어갈 수 있어?'하고 거드름을 피우는 듯하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들이 남의 집을 방문할 때 대문 앞에 서서 헛기침을 한 다음 큰 소리로 '이리 오너라' 하고 외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렇게 인간 자동문이 되어 브루스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주는 게 우리의 중요한 의무처럼 되어 있다. 가끔 농담으로 '우리가 이 녀석한테 이렇게까지 저자세를 보여줘야 해?' 하고 말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 의무를 과히 싫지 않은 기분으로, 아니 매우 기쁜 마음으로 매일같이 반복한다. 기다리던 녀석이 드디어 돌아왔다는 안도감에서 오는 기쁨이기도 하고 녀석이 집에 돌아온 순간부터 왜 그런지 집안에 즐거운 기운이 감돌기 때문이기도 하다. 
 

브루스가 가끔 밤늦게 들어와 애를 태우지만 함께 있으면 항상 즐거운 시간이 된다
브루스가 가끔 밤늦게 들어와 애를 태우지만 함께 있으면 항상 즐거운 시간이 된다
브루스가 가끔 밤늦게 들어와 애를 태우지만 함께 있으면 항상 즐거운 시간이 된다


브루스가 보통 귀가 시간보다 많이 늦는 경우에는 돌아오는 순간까지 걱정을 하며 긴장 상태로 기다리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는 나보고 '집에 오면 이번엔 혼 좀 내줘. 일찍 일찍 돌아오라고'라며 나를 몰아세운다. 조금 뒤 녀석이 우리가 걱정했던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치미를 뚝 떼고 나타나고 내가 반갑게 웃으면서 '브루스' 하고 맞이하면 아내는 또 한마디를 한다. '혼내주라니까 왜 웃으며 맞이하는 거야...'라고.

언젠가 아내한테 이런 말을 해주었다. '만일 브루스가 영영 나타나지 않는 날엔 나도 영원히 집을 나가고 말 거야'라고. 아내가 폭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브루스한테 대고 아내가 이렇게 말을 했다. '야 이 녀석아, 밤에 일찍 일찍 들어와야 해. 이제는 네 목숨이 하나가 아니라 아빠 목숨까지 해서 두 목숨이야'라고. 브루스와 함께 있으면 이렇게 안 하던 농담도 더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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