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냥이의 행복한 하루 : 고양이와 인간, 누가 더 외로운 존재인가

  • 컬럼니스트 주호석

입력 : 2017.12.19 10:42

친구도 없이 지내는 브루스가 외로워 보일 때

친구가 없는 브루스는 정원 테이블 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다
친구가 없는 브루스는 정원 테이블 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다
친구가 없는 브루스는 정원 테이블 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다


우리 집 정원엔 장미꽃 나무가 많다. 장미꽃을 좋아하는 내가 빨강 분홍 아이보리 등 여러 색의 장미나무들을 많이 사다 심었다. 또, 꺾꽂이가 잘 되는 장미는 그동안 여러 해에 걸쳐 새 묘목을 만들어 정원 여기저기에 심기도 하고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분양해주기도 했다. 

정원에 있는 여러 장미 중에 내가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장미는 훼밀리룸에서 정원으로 이어지는 데크의 기둥 옆에 심겨 있는 덩굴장미다. 이 장미는 가지가 많이 자라서 데크 지붕 안쪽에도 꽃이 많이 피고 지붕 바깥으로도 분홍색의 아름답고 탐스러운 꽃이 많이 핀다. 이 장미를 자주 보게 되는 것은 우선 여름철에 테이블이 놓여 있는 데크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 때문이다. 또한, 훼밀리룸 소파에 앉아서도 볼 수 있고 주방 식탁에서도 유리창을 통해 바라볼 수 있다. 

이 장미는 다른 장미와 마찬가지로 봄에 한 차례 수많은 꽃송이가 한꺼번에 무더기로 피었다 지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늦가을까지 몇 송이씩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어떤 때는 대여섯 송이가 피기도 하고 어느 때는 서너 송이가 피기도 하는데 가끔 딱 한 송이가 장미 가지 끝에 피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 단 한 송이 꽃이 피어 있는 경우 무더기로 많은 꽃송이가 매달려 있을 때보다 훨씬 아름답고 고상해 보일 때가 있다. 무더기로 피어있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수줍은 여인의 볼처럼 아름답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한 장미의 꽃잎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자 피어 있는 장미꽃으로부터 장미 특유의 고고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고양이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해서 인간처럼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원래 고양이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해서 인간처럼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원래 고양이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해서 인간처럼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홀로 피어 있는 장미를 보고 있으면 가을날 집시의 바이올린 음악을 듣는 순간처럼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외로움과 쓸쓸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나 늦가을 잎이 거의 다 저버린 나뭇가지에 핀 한 송이 장미를 보노라면 그 쓸쓸함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한다. 원래 화려한 꽃이기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평소 화려하고 활동적인 사람이 혼자 있는 모습을 보면 외로워 보이듯이 말이다. 

브루스가 낮에 밖으로 어딘가를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밥을 먹고 나서 데크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 앉아 있거나 낮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하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미동도 없이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종종 있다. 브루스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나이지만 그런 브루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브루스가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만 뿐이다. 더구나 그 테이블 위로 단 한 송이 장미가 피어 있을 때 그 장미꽃 아래에 혼자 있는 녀석을 보게 되면 브루스가 눈물겹도록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영영 떠나버린 브루스 누나 와잇스팟이 아직 함께 있었더라면 저토록 외로워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져볼 뿐이다. 

물론 브루스가 외로워 보이는 것은 데크 테이블 위에 앉아 있을 때만이 아니다. 어찌 보면 하루하루가 브루스엔 외로운 나날들인지도 모른다. 우리 동네에 밖에서 함께 놀만 한 고양이가 한 마리도 없다. 브루스엔 친구가 하나도 없는 셈이다. 가끔 나타나는 동물들은 친구이기는커녕 여차하면 목숨 걸고 외롭게 싸워야 하는 야생동물들뿐이다. 그리고 강아지처럼 주인과 함께 산책하거나 여행을 다닐 수도 없는 처지다. 일단 밖에 나가면 평생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녀석이니 어찌 외롭지 않을 수 있으랴. 

다행히 고양이는 사람 눈에 외로워 보일지언정 스스로는 결코 외롭지 않은 동물이라고 한다. 먼 옛날 조상들 때부터 서로 의존하지 않고 혼자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해왔기 때문에 혼자라고 해서 외로움을 타는 동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인간이야말로 태어날 때부터 지극히 외로운 존재라고 한다. 함께 지낼 수 있는 수많은 사람이 주변에 존재하더라도 자기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 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쥐가 고양이 생각하듯 인간인 내가 한없이 외로운 존재이면서 괜히 브루스 가 외롭다고 걱정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쓸쓸하게 피어있는 한 송이 가을 장미도 브루스 눈엔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눈물겹도록 외로운 존재는 고양이 브루스가 아니라 바로 인간인 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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