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냥이의 행복한 하루] 브루스를 위한 기도

  • 컬럼니스트 주호석

입력 : 2018.02.05 14:52

환갑 맞아 의젓해진 녀석,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살길...

브루스로인해아내와 내가 마음의 갈등을 특히 심하게 겪는 순간이 있다. 밤늦은 시간 브루스가 외출하고 싶어 할 때 내보낼 것인지 아닌지를 고민할 때다. 낮에는 언제 들락거려도 아무런 문제 없지만 밤에는 한 번 나가면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도 하거니와 야간에 주로 나타나는 야생동물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도 없이 밤늦은 시간에 녀석을 밖으로 내보내주고 마음을 졸이며 귀가를 기다리고는 했었다. 

녀석이 일단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면 문을 열어줄 때까지 출입문 앞에 앉아서 애원하는듯한 소리를 내어 보는 우리로 하여금 마음이 약해지게 만든다. 녀석의 얼굴표정을 보면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간절하여 도저히 거절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몇 번을 ?얼르기도하고 달래보기도 하고 때로는 품 안에 안고 재워보기도 하지만 녀석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결국,. 결국 번번이 우리가 녀석한테 양보하는 것으로 끝나게 된다. 

문제는 밤에 외출했다가 한 두시간 안에 귀가하면 괜찮은데 자정이 넘고 새벽이 되도록 나타나지 않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아내하고 나하고 둘 중 한 사람은 가족 빈 곳 소파에 앉아 녀석이 돌아올 때까지 불침번을 서야 한다.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새벽이 밝아오기 일쑤이고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혹시 야생동물과 마주치지 않았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자꾸만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브루스를 기다린 밤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정도로 많다. 
 

브루스의 아기시절...마냥 귀엽기만하던 녀석이 어느새 환갑나이가 되었다
브루스의 아기시절...마냥 귀엽기만하던 녀석이 어느새 환갑나이가 되었다
브루스의 아기시절...마냥 귀엽기만하던 녀석이 어느새 환갑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브루스한테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전과 달리 눈비가 오는 날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계절 불문, 날씨 불문하고 실내보다는 밖에 나가 노는 걸 훨씬 더 좋아했던 과거의 브루스가 아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은 설사 밖으로 나가더라도 문밖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잠시 후 문을 열어주면 다시 안으로 들어오고는 한다. 또 문밖에 나가 모습이 사라졌더라도 한 두시간이면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전처럼 애를 태우며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어제저녁에는 특히 전례 없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녀석이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문 앞에 앉아 문 열어달라고 졸라대다가 내가 응해주지 않으니까 잠시 후 외출을 포기하고 소파에 앉아있던 내 옆에 와서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었다. Oh, Good Boy!! 예전 같으면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내가 마음을 돌려 문을 열어주는 순간까지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식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게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신기하기도 해서 아내한테 그런 브루스에 대해 자랑까지 했다. 

최근 들어 브루스한테서 보게 되는 달라진 모습은 밤시간 외출하는 일 만이 아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전과는 아주 다른 행동을 보여준다. 침대에서 나하고 잠을 자다가 새벽이 되면 몇 번씩 나를 깨운다. 그것은 밖으로 나가고 싶으니 문을 열어달라는 의사 표현이다. 그렇게 할 때마다 뭐라고 말을 하는데 그 말은 다른 때 하는 말과 달리 나를 깨우는 게 미안하다는 듯한 표현이다. 

새벽에 나를 깨울 때 시간을 봐서 너무 이른 시간이면 내 팔로 끌어안고 토닥여주고는 한다. 전에는 그걸 한 두 번 반복해도 내가 모른 체 하면 그다음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침대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하면서 땡깡을 쓰듯 나를 다그치곤 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런 떼를 전혀 부리지 않는다. 여러 번 나를 깨우려 해도내가 들어주지 않으면 포기하듯 잠자코 있다가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때 같이 방을 나와 밖으로 나간다. 

그밖에도 최근에 달라진 브루스의 행동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보니 브루스가 환갑나이가 된 것과 무관치 않음을 알게 됐다. 브루스가 태어난 지 올해로 11년째가 되어 환갑을 맞은 것이다. 즉 한국동물병원협회에서 만든 고양이 나이 계산표에 의하면 집고양이는 생후 11년째 되는 해가 인간의 60세 나이와 같다는 것이다. 
 

환갑이 된 브루스가 무척 어른스럽고 의젓해졌다
환갑이 된 브루스가 무척 어른스럽고 의젓해졌다
환갑이 된 브루스가 무척 어른스럽고 의젓해졌다


환갑을 맞으며 점잖고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브루스가 한편으로 대견스럽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녀석과 함께할 수 있는 세월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찡해진다. 아내하고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으레 현관 앞 벤치에 앉아 기도하는데 그때마다 브루스가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인간의 수명이 점점 늘어 조만간 100세 시대가 도래한다고 하는데 고양이도 그런 날이 왔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장수 시대인 요즘 인간들은 환갑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거니와 환갑이 지나도 어른 노릇을 제대로 못 하는 인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환갑을 맞으며 갑자기 의젓해지는 등 많은 행동 변화를 보이는 브루스가 새삼 기특해 보인다. 오늘도 산책에서 돌아와 벤치에 앉아 브루스를 위해 기도를 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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