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함께가는세상] “우리 집 아이는 안 물어요”

  • 염승봉 펫진 칼럼니스트(한국애견연맹 심사위원)

입력 : 2018.07.16 08:22

 

치와와.
치와와. /eddy photo



# 작은 치와와를 보고 겁에 질린 중년 부부

3개월 된 주먹만 한 치와와와 동네 산책을 하는 날이었다. 맞은 편에 중년 부부가 걸어가고 있었는데, 나와 치와와를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어, 왜 그러지? 무슨 문제가 있나?' 길을 걸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점점 중년 부부와 가까워질 때, 부부는 합창하듯 "다가오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나는 깜짝 놀라 그들을 바라봤다.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
그들은 나에게 개가 무서우니 다가오지 말라고 했다.
"아직 3개월밖에 안 된 아이이고, 사납거나 물지 않아요."라고 대답했지만 그들은 엄청난 괴물을 보듯 절대 다가오지 말라고 계속해 소리쳤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네, 뭐가 문제일까' 나는 우선 그들의 요구대로 다가가지 않았다.
그들은 산책로 벽 쪽에 바짝 붙어 마치 괴물을 본 것처럼 낯빛이 하얗게 질린 채 도망가듯 산책로를 뛰어 내려갔다.
'이상한 사람들이네…'
그 후 며칠이 지나 동네 작은 슈퍼마켓에서 그 중년 부부를 만났다.
예상과 다르게 그들이 먼저 다가와 내게 인사를 했다. "저번에는 정말 미안했다"고 말하며 본인 가족들은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2~3개월 정도 된 작은 개만 봐도 무섭고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부부 모두 어릴 적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부에게는 두 명의 어린 자식이 있고, 아이들이 반려견을 키우기를 원해 몇 번의 시도를 했지만 부부의 트라우마 탓에 모두 실패했다고 이야기했다.

# 순했던 미선이가 맹수로 돌변해 격리되다

몇 달이 지나 이 일을 잊을 때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상의할 것이 있는데 잠시 집으로 와줄 수 있냐고. 나는 흔쾌히 수락하고 친구 집을 방문했다. 항상 친구 집에서 나를 반겨주는 맬러뮤트 '미선이'가 보이지 않았다. 10년을 넘게 본 아이이고 친구의 가족에게는 가족 이상의 의미이며, 친구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가족인 미선이였다. 그런 미선이가 보이지 않아 이상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꼈고 물었다. "미선이는 어디 갔어?"
친구는 한숨을 쉬더니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사실 어제 미선이가 근처 고등학생을 물어서 병원에 격리됐어."
10년 동안 내가 알고 지내던, 착하기만 했던 미선이가 사람을 물다니…
미선이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친구 집 근처에 있던 세 개 여자고등학교의 마스코트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졸업한 여고생들도 미선이를 보려고 시간 내어 친구 집을 방문할 정도로 동네 '인기 스타'였다. 세 살배기 어린아이가 몸에 올라타 짓궂은 장난을 해도 언제나 밝게 웃고 반겨줬던 미선이였다.
사건 당일은 이랬다. 언제나 그렇듯 여고생들의 하교 시간이었다. 하교 중인 여고생들이 미선이에게 다가와 간식도 주고 핸드폰을 이용해 같이 사진을 찍었다. 평소 같은 평범한 하루였다. 그런데 당일 네 명의 여고생이 찾아와 사진을 찍는데, 마지막 여고생과 사진을 찍을 때 미선이가 돌변해 여고생 얼굴을 문 것이다.
친구는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친구는 그날의 미선이가 자신이 알고 있던 미선이가 아닌 흡사 '맹수'의 모습이었다고 했다.
친구는 그 충격에 아주 힘들어했다. 결국 미선이는 친구 집을 떠나 시골의 부모님 댁에 보내졌고, 미선이 앞에는 '개 조심'이라는 큰 표지판이 세워졌다.
이후 미선이는 시골에서 여생을 살다가 몇 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친구는 말했다. "내가 개에 대해 더 공부하고 미선이를 이해했다면, 이런 사고도 없었을 거야"라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미선이게게 미안하고, 사고를 당한 여고생에게도 정말 미안하다"고.


나는 이 두 사건을 겪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에게는 작고, 여리고, 사랑스럽기만 한 반려견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호랑이만큼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또 미선이에게 얼굴을 물린 여고생도 앞으로는 개에 대한 심각한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과거보다 개와 같이 산책하는 사람이 늘고, 개와 동반할 수 있는 공원, 식당 등 많은 곳이 생겨났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많이 변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 때문인지 목줄을 매지 않고, 설령 목줄을 매어도 다른 사람이나 개에게 아무런 말 없이 다가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들은 항상 이야기한다.
"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 "착한 아이라서 괜찮아요." 그리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어, 이상하네? 그런 애가 아닌데…"라고 답한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의 경우 산책길에서 만난 개에게 크게 관심을 두거나 마음대로 만지지 않는다. 가족과 같은 반려견을 모르는 사람이 함부로 만지는 것을 큰 실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에게 소중한 가족인 반려견이 다른 이에게 공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것이다. 일본뿐 아니라 '애견 선진국'으로 불리는 모든 나라에서는 모르는 개와 스킨십하고 싶다면 개 주인에게 허락을 받거나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산책 중 만난 개에게 모르는 사람이 다가가면 주인은 굉장히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내 가족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말한다. 실제 개는 상대방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흥분하여 난폭해질 위험이 충분하다.

따라서 야외에서 반려견과 산책할 때는 목줄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반려견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산책 중인 다른 개에게 준비 없이 다가가게 하는 것도 금물이다. 이런 지식을 얻기 위해 반려견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은 남을 위해서만이 아닌 나와 나의 사랑스러운 가족인 반려견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염승봉 위원은…
한국애견연맹(KKF, FCI) 치와와·퍼그·비숑프리제 심사위원이자 한국애견연맹 도그쇼 촬영 전담 사진 작가이다. 한국애견연맹 견종표준서 집필에 참여했다. 국내 최초로 미국 유카누바 도그쇼 롱코트 치와와 BOB(Best Of Breed) 상력, 국내 최초 월드 도그쇼(이탈리아) 스무스코트 치와와 BOB 상력을 획득했다. 현재 루디힐 애견운동장 대표도 맡고 있다. 루디힐은 지난 2004년 한국애견연맹 치와와 전문 견사로 정식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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