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함께가는세상] 한국 ‘애견 경매장’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 염승봉 펫진 칼럼니스트(한국애견연맹 심사위원)

입력 : 2018.09.10 10:19

한국 애견 유통 과정의 강아지 수급은 대부분이 애견농장에 의지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견종장에서는 적게는 100여 마리 많게는 500마리 가까운 아이들을 사육하며 번식시킨다. 언론에 이미 많이 노출됐듯 애견농장은 관리 인원이 적고 공간도 협소해 사육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적은 수의 애견을 사육하고 번식시키면 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텐데, 왜 애견농장은 100마리 이상의 많은 개만 사육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그 이유가 '경매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작자 by Melanie Elmore, flickr (All Rights Reserved) 출처 www.flickr.com/photos/iheartbassets/6308276190


한국 애견 경매장은 일주일에 2번 경매를 한다. 경매는 점심 무렵 시작 되고, 오전에는 경매에 나올 강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 든다. 경매장은 자체 미용실을 운영하며 목욕하지 않아 더러운 아이들은 얼굴, 발바닥, 항문 주변 미용해준다. 목욕과 미용에는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아무리 더럽게 사육돼도 미용사의 손을 거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 깨끗하고 건강한 아이로 탈바꿈된다. 일괄적인 목욕과 미용을 끝내면 강아지들은 순번대로 작은 상자에서 기다린다.

경매는 점심 무렵 시작된다. 경매장에 개를 구입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펫샵운영자, 인터넷판매자, 펫샵에 강아지를 공급하는 업자들이다. 아이들은 퀄러티에 따라 첫 경매 금액이 정해지고 5000원에서 1만원 단위로 가격이 오르며 경매 또는 유찰이 된다. 농장주가 특별히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그 가격부터 경매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렇게 오후까지 적게는 100여 마리 많게는 300여 마리가 빠른 시간 내에 경매로 팔린다. 다음날 12시 전까지 입찰자는 분양받은 아이들이 질병이 있다면 반품할 수 있다. 단, 12시가 넘으면 반품이 불가능하다.

반품이 된 아이들은 이들을 사육한 농장에 연락해 다시 찾아가게 한다. 반품 시한이 지나면 경매장에서는 일괄적으로 농장(판매자)에게 경매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통장으로 입금시키며 분양받은 업자는 경매 수수료를 포함해 돈을 경매장에 입금시키는 구조다. 경매장은 판매 금액 중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판매자, 구입자 양쪽에서 받아 운영된다. 농장 입장에서는 개를 경매장에 가져다 주면 반품이 없는 한 구매자가 입금하지 않아도 다음날 1시 쯤에는 경매장에서 일괄적으로 돈을 통장으로 입금해줘 간단하게 돈을 취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개에게 바이러스 감염 등의 병이 있어도 개를 반품할 수 있는 다음 날 12시까지, 즉 하루만에 병이 밝혀지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개를 파는 농장주들은 개의 건강 관리에 소홀해도 쉽게 개를 팔 수 있다. 또한 고가의 강아지는 유찰될 가능성이 많아 구입하는 쪽에서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10~40만원 정도의 금액은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농장 입장에서는 좋은 퀄러티의 아이들보다 저렴한 아이들을 대량으로 경매 시키는 것이 휠씬 편한 일이다. 퀄리티가 좋은 아이든 퀄리티가 나쁜 아이든 한 달 넘게 키우는 데는 똑같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유찰될 지 모르는 아이들보다는 저가의 손쉽게 경매될 수 있는 아이들을 선호하며, 그로 인해 애견농장 입장에서는 많은 아이들을 사육해야 수지 타산이 맞다.

하지만 구매자에게 넘어간 강아지들은 몸값이 몇배로 뛴다. 소위 말해 유통 과정에서 폭리가 취해지는 것이다. 이런 모든 부분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경매장에서 저가에 팔렸지만 실소비자는 몇 배의 가격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애견농장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직거래를 하면 농장 입장에서도 조금 더 돈을 받을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비교적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애견 농장을 운영자 대부분이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며, 사육 환경이 열악해 손님을 직접받기도 쉽지 않다.

한국은 지난 3월부터 애견농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순 신고제가 아닌 등록제를 거쳐야 하며, 허가받지 않은 브리더는 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에 적용되는 법은 유럽의 애견보호법을 기초로 한다. 유럽의 샵 및 인터넷에서는 분양이 금지되어 있으며 허가된 브리더에게 직접 연락해 분양받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아직 한국은 잘 지켜지지 않지만 바뀐 법으로 인해 새롭게 바뀔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브리더와 소비자간의 직접적인 거래는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 브리더의 성품, 견사의 청결, 부모견과 동배 자견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 이런 분양 시스템이 한국에 정착이 된다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는 개들도 사라질 것이고 애견 경매장도 사라질 것이다. 또 건강한 아이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분양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칼럼에는 가정견사, 전문견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염승봉 위원은…
한국애견연맹(KKF, FCI) 치와와·퍼그·비숑프리제 심사위원이자 한국애견연맹 도그쇼 촬영 전담 사진 작가이다. 한국애견연맹 견종표준서 집필에 참여했다. 국내 최초로 미국 유카누바 도그쇼 롱코트 치와와 BOB(Best Of Breed) 상력, 국내 최초 월드 도그쇼(이탈리아) 스무스코트 치와와 BOB 상력을 획득했다. 현재 루디힐 애견운동장 대표도 맡고 있다. 루디힐은 지난 2004년 한국애견연맹 치와와 전문 견사로 정식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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